2장, 나는 광마(狂魔)다. 오후가 되자 맑았던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저녁부터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건너다 보이는 량산은 검은 괴물처럼 버티고 서서 봄비를 즐기듯 몸을 내맡겼다. 한 번씩 바람이 지나칠 때면 괴성(怪聲)까지 질러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휘이잉- 휘잉- 휘이잉--- 량산에서도 제일 험하다는 으스스한 계곡의 암벽이 봄비를 묵묵히 맞고 있었다. 계곡을 타고 올라온 바람이 암벽에 부닥칠 때마다 소름 끼치는 괴성을 질러댔다. 마치 죽은 자들의 원혼이 살아나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흔들거리는 횃불에 동굴 정경이 드러났다. 여기저기 바닥에 흩어져 있는 인골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울퉁불퉁한 암벽이 답답하다 못해 숨통을 조여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하동굴 속에서 한기를 몰고 온 비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