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리링-- 휘이이힝--- 계곡을 훑고 올라온 바람이 절벽에 부닥쳐 음산한 귀곡성을 질러댔다. 그리곤 부자의 옷자락과 머리칼을 흩날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마주 보지 않았다. 그들은 어둠에 잠식당한 계곡을 응시한 채, 할 말만 하곤 입을 굳게 닫았다. 사실 천수는 아들이 동굴에 갇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아들을 데리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평생을 쫓기는 신세로 산다는 것 자체를 천수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아니 머지않아 면천이 될 것이기에 천수는 때를 기다리고 있음이었다. 천수는 기한이 되면 면천을 시켜주겠다는 장주의 약속을 굳게 믿었기에 오랜 세월 동안 간과 쓸개까지 빼놓고 목숨을 걸고 충성을 바쳤다. 대략 일각 정도 흘렀을 것이다. 천수는 들고 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