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의 아들 41
그 시각이었다. 여랑은 내청에 앉아 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의 더위가 속 타는 가슴에 부채질했는지 여랑의 얼굴이 붉게 상기가 되어 있었다. 두 눈엔 앞으로 어찌할지 답답하다는 듯 깊게 그늘이 져 있었다. “아가씨!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할아범! 답답했는데 잘 오셨어요.” 조사의가 다가오자 여랑이 반갑게 맞이했다. 언제 봐도 깨끗하게 차려입은 조사의는 덕망이 있어 보였다. 단지 깊게 침잠한 눈빛이 뭔가 안타깝다는 눈빛이었다. “아가씨! 뭐가 그리 답답하십니까? 원세 때문입니까?” “그래요. 할아범! 이사한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갑자기 짐을 싸라니, 정말이지 답답해서 죽겠어요. 혹시 할아범은 무슨 일인지 아세요.” “무슨 일인지 이 늙은이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