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과 생각

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썬라이즈 2022. 8. 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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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어머니의 고백

얼마 전 뉴스를 듣는데 
90살 노부부가 치매에 걸려서 
동반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들었습니다.

지금 내 나이보다 30여 년을 더 사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달펐겠는가 싶더군요.

저는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하루하루 사는 기대를 가졌었답니다...

차마 제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겐 
부끄러워 말할 수 없었던 한 달 여 동안의 
내 가슴속 멍을 털어 보고자 
이렇게 어렵게 글을 적어 봅니다.

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고등학교 때 
남편을 잃고 혼자 몸으로 대학 보내고 
집 장만해서 장가를 보냈죠.
이만큼이 부모로서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아들놈 장가 보내 놓았으니 
효도 한 번 받아보자 싶은 욕심에 
아들놈 내외를 끼고 살고 있습니다.

집 장만 따로해 줄 형편이 안되어 
내 명의로 있던 집을 
아들 명의로 바꿔 놓고는 함께 살고 있지요. 

남편 먼저 세상 떠난 후 아들 대학까지
공부 가르치느라 공장일이며 때밀이며 파출부며.
안 해 본 일이 없이 고생을 해서인지 
몸이 성한 데가 없어도 어쩐지 아들 내외한테는 
쉽게 어디 아프다란 말하기가 
왜 그렇게 눈치가 보이는지...

무릎관절이 안 좋아서 매번 며느리한테 
병원비 타서 병원 다니는 내 신세가 
왜 그렇게 한스럽던지...

참, 모든 시어머니들이 이렇게 
며느리랑 함께 살면서 눈치 보면서 
알게 모르게 병들고 있을 겁니다.

어디 식당에 일이라도 다니고 싶어도
다리가 아파서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아들한테 짐만 된 거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며느리가 용돈을 처음엔 꼬박 잘 챙겨 주더니 
이 년 전 다리가 아파서 병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제 병원비 탓인지 용돈도 뜸해지더라고요,

그래도 이따금씩 아들놈이 지 용돈 쪼개서 
꼬깃꼬깃 주는 그 만 원짜리 서너 장에 
내가 아들놈은 잘 키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며 살았지요.

그런데 이따금씩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밥 한 끼 사주지 못하고 
얻어만 먹는 게 너무 미안해서 
용돈을 조금씩 모았는데 

간혹 며느리한테 미안해서 
병원비 달라 소리 못할 때마다 그 모아둔 용돈 
다 들어 쓰고 또 빈털터리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친구들한테 맘먹고 
밥 한번 사야겠다는 생각에 
아들놈 퇴근 길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야야, 용돈 좀 다오.
엄마 친구들한테 매번 밥 얻어먹기 미안해서 
조만간 밥 한 끼 꼭 좀 사야 안 되겠나."

어렵게 말을 꺼냈더니만 아들놈 하는 말이

"엄마, 집사람한테 이야기할게요."

그러곤 들어가지 뭐예요. 

내가 괜히 말을 꺼냈는가 싶기도 하고 
며느리 눈치 볼 일이 또 까마득했어요.

그렇게 아들놈한테 용돈 이야길 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이 없길래
직접 며느리한테 

"아가야, 내 용돈 쫌만 다오.
친구들한테 하도 밥을 얻어먹었더니 
미안해서 밥 한 끼 살라한다." 했더니 

며느리 아무 표정도 없이 
4만 원을 챙겨 들고 와서는 내밀더라고요.

4만 원 가지고는 15명이나 되는 모임 친구들 
5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도 못 먹이겠다 싶어서 
다음날 또 며느리를 붙들고 
용돈 좀 다오 했더니 2만 원을 챙겨 주었어요.

그렇게 세 차례나 용돈 이야길 꺼내서 
받은 돈이 채 10만 원이 안되었지요.

그래서 어차피 내가 밥사긴 틀렸다 싶어서 
괜한 짓을 했나 후회도 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깐 
괜히 돈을 달랬나 싶어 지길래 
며느리한테 세 번에 거쳐 받은 
10만 원 안 되는 돈을 들고 며느리 방으로 가서 
화장대 서랍에 돈을 넣어 뒀지요.

그런데 그 서랍 속에 
며느리 가계부가 있더라고요.

난 그냥 우리 며느리가 
알뜰살뜰 가계부도 다 쓰는구나 싶은 생각에 
가계부를 열어 읽어 나가기 시작을 했는데.

그 순간이 지금까지 
평생 후회할 순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9월 14일 원수 40,000원 
9월 15일 원수 20,000원
9월 17일 또 원수 20,000원

처음엔 이 글이 뭔가 한참을 들여다봤는데 
날짜며 금액이 내가 며느리한테 
용돈을 달래서 받아 간 걸 적어 둔 거였어요.

나는 그 순간 하늘이 노랗고 
숨이 탁 막혀서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남편 생각에..

아니, 인생 헛살았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들고 들어갔던 돈을 다시 집어 들고 나와서 
이걸 아들한테 이야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가 생각을 했는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이야길 하면 
난 다시는 며느리랑 아들 얼굴을 보고 
함께 한집에서 살 수가 없을 거 같았으니까요.

그런 생각에 더 비참해지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전 내 가슴속에 
멍이 들어 한 10년은 더 늙은 듯하네요.

얼마 전 들은 그 90대 노부부의 
기사를 듣고 나니깐 
그 노부부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아마도 자식들 짐 덜어 주고자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며느리랑 아들한테 평생의 
짐이 된 단 생각이 들 때면 
가끔 더 추해지기 전에 죽어야 할 텐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이제 곧 손자녀 석도 태어날 텐데 
자꾸 그때 그 며느리의 가계부 한마디 때문에 
이렇게 멍들어서 더 늙어가면 안 되지 싶은 생각에

오늘도 수십 번도 더 마음을 달래며 고치며 
그 가계부의 원수란 두 글자를 잊어보려 합니다. 

차라리 우리 며느리가 
이 방송을 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젠 자식 뒷바라지에 다 늙고 
몸 어디 성한데도 없고 일거리도 없이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과 인지 모르시죠? 

이 세상 부모로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자식한테 받는 소외감은 
사는 의미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왔던 의미까지도 무의미해진다라고 
말입니다. 

이제라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가슴 아팠던 심정을 털어놓았느니 

며느리 눈치 안 보고 곧 태어날 
손주 녀석만 생각하렵니다.

요즘은 내가 혹시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싶은 두려움에 
책도 읽고 인터넷 고스톱도 치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출처 :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자식 사랑에 자신을 희생하신 부모님,

부모님을 잘 모시자는 뜻에서 올립니다.

어른은 아이들의 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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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어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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