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와 소동파
대나무는 곧은 줄기, 사철 푸른 자태, 욕심을 비운 듯 한, 빈 속으로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절의를 지키는 군자의 이미지를 떠 올리게 한다. 그러기에 사군자(四君子)나 세한삼우(歲寒三友)에 끼어 문인과 화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어왔다.
전당시(全唐詩)에서 대나무가 소재로 등장하는 빈도가 394회에 이른다 하니, 시상(詩想)을 자극하는 소재로서는 대나무만 한 것이 없었나 보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면서 손꼽히는 서예가이기도 했던 북송(北宋)의 소동파(蘇東坡)는 대나무 사랑이 특별했다. 그는 於潛僧綠筠軒에서 대나무에 대해 可使食無肉 不可使居無竹, 즉 고기가 없어도 식사는 할 수 있지만 거처에 대나무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 할 정도였다.
대나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서일까? 소동파는 대나무 잎(竹葉)이 원료가 되는 술, 즉 죽엽주(竹葉酒)를 소재로 시를 지었는데 시의 제목이 아예 <竹葉酒>이다.
竹葉酒
楚人汲漢水
釀酒古宜城
春風吹酒熟
猶似漢江淸
耆舊人何在
邱墳應已平
惟餘竹葉在
留此千古情
초나라 사람 한수 물 길어
옛 의성에서 술을 빚었다
봄바람 불어 술 익어가고
여전히 한수의 물은 맑디맑다
옛사람들 어디 있는가
큰 무덤도 이미 없어졌으리라
오로지 죽엽만 남아
이곳에 천년 옛정 남겨두었다
여담이지만 소동파는 술 마시기와 술을 소재로 한 시 쓰기를 좋아했지만 정작 술 실력은 그리 대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말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음주와 가창 그리고 바둑이다.”라고 했을까.
그러나 그가 지은 많은 시에는 술 마시고 흥겨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이기면 진실로 기쁘고, 져도 또한 즐겁다(勝固欣然.敗亦可喜)’라는 글귀도 남아 있음에 비추어 비록 그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지는 못해도 술의 진정한 맛을 알고 술과 벗하여 인생을 즐겼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직접 레시피를 만들어 세상에 널리 보급한 동파육(東坡肉)을 안주 삼아 죽엽주를 많이 마셨으리라.
소동파에 앞서 당나라의 백거이(白居易)는 그의 유명한 시 ′憶江南(강남의 추억)′에서 오나라 부차(夫差)가 미녀 서시(西施)와 살았던 관 왜 궁(館娃宮)지역의 특산품인 죽엽주를 극찬한다.
憶江南 (第3首)
江南憶
其次憶吳宮
吳酒一杯春竹葉
吳娃雙舞醉芙蓉
早晩復相逢
강남의 추억 (제3수)
강남의 추억이여
그다음은 오궁이요
오나라 술이라면 봄철 한 잔의 죽엽주라네
오나라 예쁜 여인의 쌍쌍 춤을 보며 연꽃에 취하네
우리 조만간 다시 만나리!
백거이가 항주 자사로 있을 때의 추억을 그리며 읊은 詞이다. 백거이는 청년 시기에 강남에서 漫遊하였고, 蘇州와 杭州지역에서 관리가 된다. 나중에 눈병으로 낙양으로 돌아오니 55세였다. 예전에 놀았을 때를 회고하면서 67세에 ′憶江南三首를 썼으며 위 시는 그중의 마지막 首이다.
이 외에도 북주(北周) 대의 문학가인 위신 짜이(庾信在)는《春日离合二首》라는 시에서 “三春竹葉酒, 一曲鵾鷄弦”, 즉 "봄날에 죽엽주를 마시고 한 곡의 (곤계 힘줄로 현을 만든) 비파를 뜯는다" 고 읊었고, 청대(清代)의 유명 시인이었던 쳰징슈(钱敬淑)는 “残年泊歸棹, 問酒郭西亭. 雪圃芹芽白, 江醪竹葉靑.", 즉 "만년에 배 타고 나루터로 돌아가 술 만드는 곽서정을 찾아, 채소밭 하얀 미나리 싹 안주 삼아 강물로 담은 죽엽청을 마신다" 하였다.
실로 죽엽주는 자고이래 많은 문인들의 시작(詩作)의 소재로 활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죽엽주(竹葉酒)는 옛 蒼梧(현재의 廣西省 梧州), 宜城(현재 湖北省에 속함) 등지에서 생산되었다 한다. 소동파의 시에 宜城이란 지명이 등장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명칭도 다양하여 竹葉靑이라 하기도 하고 竹葉淸으로도 부르며, 간단히 줄여 竹葉으로 쓰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명칭인 ′竹葉靑′으로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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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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