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기는 이른 시각이었다. 진 가장 별당 뒤뜰, 청의 노인이 샛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때 한 사나이가 뒤뜰로 다가왔다. “의원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십니까?” “천수, 왔는가,” 사나이가 다가오자 노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무슨 근심이라도?” “근심은 무슨, 자네야말로 근심이 크겠군.” 노인이 천천히 돌아섰다. “예, 네에, 걱정됩니다.” “자네답지 않군, 그렇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 원세 그놈은 사지(死地)에 갖다가 놔도 살아 나올 놈일세!” “저야 의원님 말씀을 믿지만,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 그런데 말이야, 이 시간에 날 찾아온 걸 보면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네. 그려,” “의원님! 분명하게 말씀을 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