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과 생각

추억의 첫사랑

썬라이즈 2021. 10. 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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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첫사랑

웬 놈의 날씨가 이렇게 더울까?’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는 무거웠고 몸은 나른했다.

소나기라도 한차례 올 것이지,’

이글거리며 떠오른 태양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극성스러운 날씨,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뜨거운 커피 한잔 들고 창가에 앉았다.

바람도 불지 않는 창밖,

따가운 햇볕이 얄밉다.

정오가 막 지났을 무렵,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덮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을 쫙쫙 뿌려댔다. 매캐하면서도 반가운 흙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보자 문득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아니 비가 올 때면 생각나는 추억의 첫사랑이었다.

그때도 여름이었지, 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어, 갑자기 집중 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 오전 아홉 시부터 수업을 마칠 때까지 좍좍 퍼부어 댔지, 학교 운동장은 이미 한강이 되어있었고, 물이 넘쳐서 교실 안으로 들어올 지경이었지,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수업을 마치자 그친 거야. 물이 빠진 다음에 귀가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뒤로하고 나는 성질 급한 친구들과 무릎까지 빠지는 운동장을 지나 정문을 나섰지,

그런데 물살이 얼마나 거셌던지 발을 떼어놓기가 힘들었어, 거리엔 많은 사람이 대피하기 위해 아우성을 쳐댔지,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이동 중이었고, 몇 명은 떠내려가는 물건들을 건져내고 있었지,

그런데 바로 그때였어,

한 여학생이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었지,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쫓아가 여학생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나왔지, 하지만 둘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고 말았지,

특히 여학생의 비에 젖은 교복은 젖 가리개를 하지 않은 여학생 알몸을 적나라하게 비쳤지, 여학생의 봉긋한 젖무덤은 정말이지 앙증맞았지, 그때 여학생은 빨개진 얼굴에 쏙 들어가는 보조개를 만들며 환하게 웃었어, 그땐 정말이지 정신이 아찔했었지---

여학생도 나처럼 입시에 지친 고3이었어, 아직도 그 여학생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그때 그 느낌이 첫사랑이었나 봐! 비가 오는 날이면 문뜩 보조개가 들어간 환한 미소가 보이거든---

^(^해마다 겪는 지긋지긋한 장마철에 쓴 글입니다.

^)^장마철에 벌어졌을 누군가의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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