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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핑한 이야기

가장 큰 소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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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이 아이들 희망이며 미래입니다.

마음이 부자면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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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소원 하나

나에게도 가슴이 터질 듯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결혼하고
토끼 같은 남매를 키우던….

남편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남편의 나이 39세,
건강하던 그가 중환자실에 누워 잠만 잤다.
11일 만에 일반 병동으로 옮겼지만
남편은 자기 이름도 아내인 내 이름도 모르고
그저 먹을 것만 찾았다.
먹은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혀도 안 돌아가는 입으로
떠듬떠듬 욕을 퍼부었다.

남편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제발 정신만이라도 온전하게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다.

몇 달 뒤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퇴원을 시키고
하루 걸러 통원 치료를 다녔다.

혼자서는 간호가 어려워 시댁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는 공장에 다니며
생활비와 아들 치료비를 보태셨다.
우리 네 식구의
커다란 기둥이자 후원자셨던 어머님.
하지만 그런 위안도 잠시,
어머님은 그만 퇴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남편 목을 끌어안고 서럽게 울자,
놀란 남편도 따라 울었다.
완전하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남편이었지만
어머님의 죽음을 안 순간
실성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먹고살기 위해 작은 치킨집을 시작했다.
치킨집에 딸린 가겟방은
천장이 낮아 기다시피 다녀야 했다.
거기서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남편을 돌보며 치킨을 팔았다.

IMF가 시작되면서
손님이 뜸해져
문을 닫고 쉬는 날이 늘어나자
파출부 일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입원 2주일 만에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 집으로 왔다.

당장 끼니를 이을 방법이 막막하게 되자
취로 사업을 신청했다.
아는 사람이라도 보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일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내 마음을 헤아렸는지
우리 엄마가 제일 멋진 '애국자'라면서
응원해 주었다.

남편도 혼자 움직일 수는 없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만큼 나아졌다.
그러나 어릴 적 기억만 남아
큰아이 이름은 큰고모 이름으로,
작은아이는 작은 고모 이름으로 불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인은 가게를 비워 달라 재촉했다.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모든 걸 포기한 채
사흘 동안 물 한 모금 안 먹고 잠만 잤다.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

죽기를 각오하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남편에게 갔다.
내가 아파서 못 일어나는 줄 알고
눈치만 살피던 남편이
어눌한 말로 "이제는 아프지 마"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부랴부랴 반 지하 방을 얻어 이사를 했다.

비록 화장실이 밖에 있었지만
남편을 위해 침대까지 갖다 놓으니
천국이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는 아들을 업고
병원에 달려갔더니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희귀한 병이란다.

아! 내 삶은 왜 이런가.
하지만 아들의 건강을 찾아 주는 것이
'내가 살아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재발의 위험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의젓한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고,
여섯 살이던 딸아이는
여고생이 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누워 지내는 남편 때문에
우리 가족은
여행 대신 집에서 자주 윷놀이를 한다.
남편과 나, 아들과 딸이 각각 편이 되어
함성을 질러 가며 놀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듯하다.


남편은 오목 두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30분만 지나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면서
머리에 자주 손이 올라간다.
뇌에서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 가정에 부족한 것이 많지만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은
어느 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애틋하다.

지금 이 순간 소원이 있다면,
남편의 기억이 돌아와
사랑하는 아들딸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다.
아내인 내 이름도
언젠가 한 번쯤 불러 줄 그날을 기대하면서
희망을 놓지 않는다.

 - 글 : 익명 -

사랑은 줄수록 행복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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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은

아린이들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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