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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거래했다. 58

악마와 거래했다. 48

연희 엄마의 일을 해결한 대박이는 현장을 벗어나긴 했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일단 아지트로 가기로 하고 금정산으로 길을 잡았다. 그때 문득 스님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선과 악에 대한 대화를 누군가와 진지하게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선만 행하며 살 순 없는 건지, 이럴 땐 정말이지 진지하게 대화할 말동무가 필요한 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자정쯤 고당봉에 올라와 있었다. 정말 말동무라도 있다면 속내라도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가 저승을 오간다고 하면 믿겠는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대박이는 생각했다. 유난히 동쪽하늘에 별들이 많았다. 대박은 천천히 걸어서 바위가 있는 동쪽 능선으로 걸어갔다. “말동무..

악마와 거래했다. 47

시간은 9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배꼽시계는 자꾸만 밥을 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속이 쓰렸다. 속 쓰림에 인상을 구기고 있던 대박이의 귀가 쫑긋거렸다. 대박이의 눈빛이 향한 곳, 대략 5미터쯤 되는 거리였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매점 바로 옆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여인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아마도 대박이가 여인의 불길한 통화 내용을 들었던 모양이었다. 여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 종종거렸다. 여인의 행동은 안 좋은 일에 직면한 듯 보였다. “제길 통화를 그렇게 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분명 남편이 죽인다고 했는데, 그래서 집엘 못 가는 건가,” ‘여보, 그럼 어떻게 해,’ 대박은 여인이 한 말을 들었고, ‘그럼 넌 내 손에 죽는다.’란 남자의 목소리도..

악마와 거래했다. 46

한편, 희망이네 분식집엔 홍 씨가 와 있었다. 시각은 저녁 7시 10분경이었다. 홍씨는 걱정이 돼서 일찍 왔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안 여사는 대국 로펌 대표 마 동창의 명함을 내놓았다. 그리고 마 동창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니까, 건물을 팔게만 해주면 몫 좋은 곳에 그것도 하고 싶은 가게를 차려주겠다고 말했단 말이지요. 아니면 현금으로 3억을 주겠다고, 그 새끼 미친놈 아닙니까, 아무튼 대박이는 이 사실을 압니까?” 홍씨는 열을 받았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가 되었다. “대박이는 새벽에 산엘 갔는데 아직 안 온 것 같아요. 왔으면 가게부터 들리는데, 소라한테 전화해 볼게요.” 안 여사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곧바로 소라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무슨 일...” “소라야..

악마와 거래했다. 45

저녁 시간인 오후 5시경, 희망이네 분식집은 한산했다. 사실상 저녁 장사는 접기로 했었다. 하지만 희망이네 분식집 사장인 안 여사께서는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면서 밤 7시까지 장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오후 5시 이후에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문을 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희망이네 단골손님들은 대부분 저녁에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술집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많았다. 지금도 아가씨 두 명이 국수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엄마, 저 왔어요.” 소라가 깡충거리며 가게로 들어섰다. 좋은 일이 있었던 듯 밝은 표정이다. “왔니, 저녁은 먹고 올라갈 거지,” “아니, 오빠하고 같이 먹을 거야, 오빠 있지,” “오빠 아직 안 왔는데...” “엄마, 오빠가 아직 안 왔다고요.” 소라는 잘못..

악마와 거래했다. 44

오후 3시경이었다. 아침과 점심을 굶은 대박이는 빵이라도 사 먹을 겸 산성마을에 와 있었다. 한 가게에 들려 빵과 우유를 산 대박이는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었다. 빵을 맛있게 먹은 대박이는 입맛을 쩝쩝 다시곤 우유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때였다. 계 모임이라도 있었는지 20여 명의 아주머니들이 한 식당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산성마을에 왔으니 산성막걸리는 기본으로 먹었을 터였다. 그들 중 일부 아주머니들은 말하는 언사나 얼굴이 불그레한 것이 과하게 술을 마신 것 같았다. “태성 엄마, 언제 묻지 마 관광이라도 가야겠네.” “이 여편네가 미쳤나, 술주정은...” “왜 내가 못할 말 했어, 요즘 굶었다며...” “그래도 여편네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정말 이럴 거야,” “...뭘... 과부가 뭐..

악마와 거래했다. 43

자연사랑이 아이들 미래입니다. 염마 왕의 일로 한창 고민에 빠져 있을 그 시각이었다. 희망이네 분식집으로 두 남자가 방문을 했다. “실례합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40대 남자와 대박이보다도 덩치가 큰 30대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저쪽으로 앉으세요.” 안 여사가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저 실례지만 안 지순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서류가방을 든 40대 남자가 불쑥 나섰다. “무슨 일이신지,” 안 여사가 의혹의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아주머니가 안 지순 씨군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잠깐 좀 앉으십시다.” 남자가 식탁 앞에 앉으며 말했다. “특별한 얘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듣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요. 음식은 무엇으로 드릴까요.” 안 여사는 손님들이 달갑지가 않았다. ..

악마와 거래했다. 42

그 시각 대박이는 항마 심법을 마치고 숲 속에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 왕래가 없는 계곡을 끼고 있는 솔밭이었다. 이런 곳에선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외부인은 알아들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외진 곳이었다. 군데군데 아카시아 꽃이 피어있었다. 향긋한 아카시아꽃 향기가 심하게 후각을 희롱했다. “일단 힘은 나무를 상대로 실습하고, 능력은 사람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는 거야, 사부님 말씀처럼 사람들 생각을 읽을 수만 있다면, 부모님 원수를 찾는 게 쉬울 텐데, 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내 복수하고 말 거야,”,” 잠시 생각에 잠겼던 대박은 주위를 둘러보며 연습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연습할만한 평평한 곳은 없었다. “그래, 실습 겸, 연습장을 만들면 되잖아, 어떻게...” 대박은 무슨 생각을 하..

악마와 거래했다. 41

7장, 도인(道人)을 만나다. 새벽 4시경, 대박이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곤 집을 나섰다. 그때 현관문 소리를 들었는지 소라 할머니가 거실로 나왔다. 할머니는 대박이가 나간 현관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 대박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잠시 현관문을 바라보던 할머니가 거실의 불을 켰다. 이름은 배 정난, 65세, 약간은 고지식한 면도 있지만 교양이 있는 분이다. 특히 음식 솜씨가 좋아서 희망이네 분식집 주방장이다. 무엇보다도 대박이를 친손자처럼 생각한다.. “요즘도 마음고생이 심한 모양이네, 그래도 어제는 표정이 밝았는데, 소라와 남매처럼 잘, 아니지, 인연이긴 하지만...” 할머니는 물을 따라 마시곤 탁자 앞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동안 대박이와 스스럼없이 지낸 것은 한..

악마와 거래했다. 40

소라가 갈아입을 옷을 들고 나오자 대박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를 본 소리가 입을 삐죽이곤 한 마디 한다. “오빠, 우리 내외는 하지 말아요. 거북하고 쑥스러워서 서로 얼굴도 못 봐요. 우리 그냥 스스럼없이 대해요. 손도 만지고 그냥 안아도 보고 자연스럽게 알았지요.” 소라는 아예 방문에다 대고 제법 큰소리로 말했다. “......” “저 계집애가 지금 뭐라는 거야, 손도 잡고 안아도 보자고, 재가 정신이 어떻게 됐나, 모처럼 대공원에 간 것이 잘못...” 대박이의 눈에선 이글이글 불꽃이 일었다. 머리는 정신을 차리라고 난리인데,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 두근거렸다. 손도 잡고 안아도 보자는 목소릴 들었을 땐 정말이지 심장이 두 방망이질을 해댔었다. “으으음, 이거 문제가 심각한데...” 대박은 더..

악마와 거래했다. 39

그들이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10분경이었다. 이른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은 한가했다. “아줌마,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엄마 할머니 나 두...” “계집 앤,, 대박아, 소라가 귀찮게 하진 않았겠지, 계집애가 한 번씩 천방지축 물불을 안 가릴 때가 있다니까, 그리고 도시락은 맛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안 여사는 소라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대박에게 질문을 해댔다. 대박이도 쌤통이라는 듯 소라는 쳐다보지도 않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줌마, 도시락도 맛있었고, 등심 찜은 더 맛있었습니다. 한데 소라는 다이어트한다고 제가 다 먹었습니다. 또 찜을 만들게 되면 그땐 소라도 많이 주세요.” 대박이는 소라에게 엄지와 검지로 ok 싸인을 보냈다. 암튼 소라가 먹여줬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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