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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의 아들 102

검투사의 아들 2권 19화

다음날 아침나절, 죽성의 중지에 자리 잡은 커다란 전각으로 일단의 인물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긴급회의가 있는 모양이었다. 대청 안이었다. 태사의엔 백의를 입은 진충원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의젓하게 앉아있었고 쌍노와 적노가 태사의 좌우 아래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내외총관과 영무의 수장, 암행 무사 수장들이 각자의 자리에 긴장한 모습으로 부복해 있었다. 그런데 진충원의 모습은 간밤의 붉은 장포에 흉신의 모습이 아니라 인자해 보이는 대인의 모습이었다. “주인님! 모두 모였습니다.” 쌍노가 태사의를 향해 부복하며 아뢰었다. “듣거라! 그동안 임무에 소홀함이 없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무림맹이 기강을 확립하고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각 방파와 무림 세가들도 경각심을 일..

검투사의 아들 2022.12.18

검투사의 아들 2권 18

2권 3장, 예기치 않은 기연(奇緣) 휘이잉-- 사라락- 사라락-- 대나무숲으로 위장된 죽성(竹城)이 은은한 달빛에 흐릿하게 드러났다. 그때 서늘한 가을바람이 숲을 흔들며 지나갔다. 요소, 요소엔 등불이 밝혀지긴 했으나 대나무를 흔들며 지나가는 음산한 바람 소리 외엔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뿜어지는 살벌한 기운은 이곳이 죽성임을 대변했다. 죽성에서도 요지에 세워진 오층 전각, 자정이 임박한 시간임에도 오층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창문 안은 붉은 안개로 자욱했다. 바람에 등불이 흔들거리는지 안개도 한 번씩 일렁거렸다. 흐릿한 안개 속, 제법 넓은 방이었다. 북쪽에 마련된 제단엔 커다란 청동 향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제단 아래엔 붉은 장포에 머리를 산발한 한 사나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검투사의 아들 2022.12.14

검투사의 아들 2권 17

‘무슨 냄새를 맡았나, 교두나 위사나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래 내가 저들의 무위를 가늠할 정도라면 저들도 나에 대해 간파했을 수도 있다. 조사의 할아버지나 광마 할아버지가 왜 자신을 철저히 숨기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정말 조심, 조심해야겠다.’ 원세는 교두가 한 번씩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자신의 내력을 알아내기 위해 면면을 살핀다는 것이었다. “쌍살녀! 이놈 어때, 쓸만 하지?” 교두가 별안간 두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꽤 똑똑해 보이긴 하는데 말은 잘 듣지 않겠군요.” “이봐요. 누나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호호, 저것 봐요. 대번에 대들잖아요. 정말 귀여워 죽겠어, 잘근잘근 깨물어 줄까,” “예뻐서 좋게 생각했는데..

검투사의 아들 2022.12.10

검투사의 아들 2권 16화

빠오 안은 보기보단 크고 화려했다. 바닥엔 화려한 문양의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휘장이 쳐진 안쪽엔 푹신해 보이는 침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휘장 앞에 놓인 탁자엔 열대과일이 가득 담긴 커다란 그릇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술병과 술잔이 놓여있었다. 아마도 부주란 자가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탁자 바로 옆엔 나무 상자와 검 걸이가 있었다. 검걸이엔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다섯 자루의 검이 걸려있었고, 침대 바로 옆엔 서고가 놓여있었는데 대략 100여 권의 서책이 꽂혀있었다. 하나같이 무인들이 봤다면 탐낼만한 무공 비기(武功秘記)들이었다.(武功秘記)들이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놓인 호피가 깔린 두 개의 의자였다. 하나는 등받이까지 호피가 깔려있었고 하나는 의자에만 깔려있었다. “암행 위..

검투사의 아들 2022.12.06

검투사의 아들 2권 15화

집어쓴 두 사나이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원세와 사나이였고, 보따리엔 사나이가 미리 준비한 먹을 것과 얼굴을 가릴 두건이 들어있었다. 그들은 돈황을 벗어나자마자 두건을 쓰고 달려가는 중이었다. ‘세상에 끝도 보이질 않네. 풍객 아저씨 말대로 정말 이런 사막에서도 사람들이 살까? 제길 뭐가 바빠서 말도 없이 달려가는지, 좀 천천히 가면 안 되나. 경공술 시합하자는 것도 아니고, 사람 잡네. 사람 잡아,’ 원세는 힘 드는 것은 둘째 치고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이 신기하기만 했다. 풍객이 말한 대로 정말 이런 사막에서도 사람들이 사는지 사나이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앞서 달려가는 사나이의 걸음을 방해하진 않았다. 얼마나 달려갔을까, 아마도 돈황에서 30리쯤은 달려갔을 것이다...

검투사의 아들 2022.12.03

검투사의 아들 2권 14

잠시 후, 예의 40대 사나이가 20세쯤으로 보이는 점소이와 푸짐하게 음식을 내왔다. “이보게! 우린 술 한 잔씩 하곤 밖에 나갔다가 올 걸세! 이 방은 이놈이 사용할 것이니, 옆방을 준비해 주게,” “예, 그렇게 하지요.” “......” ‘건방진 놈들, 네놈들이 한솥밥을 먹지 않았다면 당장에 요절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놈이 보통은 넘겠어. 요즘 부주께서 똘똘한 놈, 한 놈이라도 들어왔으면 하셨는데 모처럼 만에 흡족하시겠군.’ 사나이가 원세를 직시했다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곤 방에서 나갔다. ‘아무래도 이곳이 귀곡부와 연관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데 왜 굽실거리지? 뭐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원세는 의혹이 들었으나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많이 먹거라! 우린 날이 어두워지면 잠..

검투사의 아들 2022.11.30

검투사의 아들 2권 13

여랑이 무공에 입문한 지 보름이 지나고 있었다. 벌써 시월 초순, 변방의 가을은 초겨울처럼 아침저녁으론 추웠다.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어갈 무렵이었다. 동서 교역의 요충지이며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상권의 도시 돈황(敦煌)으로 세 사나이가 들어서고 있었다. 다름 아닌 원세와 풍객, 그리고 덕보였다. “덕보! 오늘은 술이나 실컷 마시세!” “그렇지 않아도 술이 고프던 참인데, 원세 저놈 때문에 우리만 고생했으이, 안 그런가?”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 “풍객 아저씨!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동안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오늘은 고기 좀 사 주십시오.” “뭐라! 고기가 먹고 싶다. 참 네놈도 불쌍한 놈이긴 하다. 그래 오늘은 내 인심을 썼다. 양껏 먹어라!” 그들이 사황련을 떠나온 지 17일, ..

검투사의 아들 2022.11.26

검투사의 아들 2권 12화

다음날 오전이었다. 5층 전각에서 50장쯤 떨어진 2층 전각이 대나무 숲 사이로 드러났다. 전각 주위엔 위사(衛士)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전각 안이었다. 일견하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일곱 명의 노인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들은 자신들 앞에 앉아있는 여인을 부드러운 눈길로 직시하고 있었다. 여인은 다름 아닌 여랑이었다. 여랑은 오늘 처음으로 칠로라 불리는 장로들과 첫 대면을 하는 중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아기씨 몸에서...’ ‘련주 말대로 무림맹을 멸망시키고 강호 무림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헌데, 아가씨를 가르치려면 애를 먹겠군.’ ‘과연 여장부가 되시기에 부족함이 없으시다.’ ‘내가 태어나서 아가씨 같은 인재는 처음 본다. 대단하다.’ ‘무골 여인이라, 그런데 은은히 풍기는 이 ..

검투사의 아들 2022.11.16

검투사의 아들 2권 11

아침이 행복하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유모! 유모!” “아가씨! 무슨 일 났어요?” 난리라도 났냐는 표정으로 유모가 부엌에서 뛰어왔다. “유모! 할아범 좀 불러주세요.” “의원님을 요.” “그래요. 유모!” “예, 아가씨, 난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요.” 유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사의를 부르러 가고, 여랑은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달덩이처럼 예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원세가 있었다면 대신 복수를 해 주겠다고 말했을 텐데,’ 여랑은 의논할 상대가 조사의 밖에 없었다. 원세라도 있었다면 가문의 얘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할까 의논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원세는 걱정부터 했을 테고, 복수는 자신이 할 테니, 나서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여랑으로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었..

검투사의 아들 2022.11.12

검투사의 아들 2권 10

2장, 여기는 귀곡부(鬼谷府) 다음 날 아침, 여랑은 침실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여랑은 아침 일찍 원세를 배웅하기 위해 성문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원세는 이미 동이 트자마자 길을 떠난 뒤였다. 여랑은 원세가 동이 트자마자 떠났다는 말을 듣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아뜩함을 느꼈다. 힘이 빠진 다리와 몸은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 무너져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옆에 있던 유모가 부축했고, 여랑은 정신을 수습할 때까지 원세가 걸어갔을 길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어떻게 침실까지 돌아왔는지 여랑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이토록 애틋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기에 몰려온 슬픔은 더욱 컸다. 여랑은 조사의가 천생배필이라고 말했을 때도 이토록 가슴이 뛰진 ..

검투사의 아들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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